12월 3일 세계 장애인의 날 – 휠체어 없이도 공감하는 방법

우리는 “장애”라는 단어를 들으면 보통 휠체어나 하얀 지팡이를 떠올린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보이지 않는 이야기들이 있고,
그 안엔 우리가 무심코 지나쳤던 ‘공감’의 빈자리가 있다.

매년 12월 3일은 세계 장애인의 날(International Day of Persons with Disabilities)이다.
단순한 기념일이 아닌, 전 세계가 ‘장애의 의미’를 다시 정의하고,
더 나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 생각을 모으는 날
이다.

이날을 맞아, 우리가 정말로 돌아봐야 할 질문은 이것이다.
“나는 과연, 휠체어 없이도 누군가의 불편함에 공감할 수 있는가?”

12월 3일 세계 장애인의 날 – 휠체어 없이도 공감하는 방법

1. 세계 장애인의 날은 어떻게 시작되었을까?

세계 장애인의 날은 1992년 유엔(UN)이 공식 지정한 국제 기념일이다.
목적은 단순하다. 장애인의 권리를 보호하고, 사회 참여를 확대하기 위해서다.

유엔은 이 날을 통해 다음과 같은 가치를 강조한다:

  • 장애인을 시혜의 대상이 아닌, 사회의 일원으로 바라보자

  • 물리적인 장벽뿐 아니라, 인식의 장벽도 함께 허물자

  • 모든 사람이 평등하게 살 수 있는 포용적인 환경을 만들자

2023년 기준 전 세계 인구 중 약 15%, 약 12억 명이 장애를 겪고 있으며,
그중 80%는 개발도상국에 살고 있다.
그리고 이들 중 상당수는 교육, 고용, 주거, 교통 등 거의 모든 분야에서 사회적 차별과 배제를 경험하고 있다.

따라서 이 날은 단지 장애인을 위한 날이 아니라,
모든 사람이 어떤 형태로든 겪을 수 있는 ‘불편함’에 대한 연대의 날이기도 하다.

2. 장애는 신체의 문제가 아니라 ‘환경의 문제’

우리가 장애를 생각할 때 흔히 하는 실수는
“그 사람이 몸이 불편해서 불행하다”고 단정짓는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 장애를 만든 것은 사회와 환경인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 휠체어 이용자가 턱이 없는 도로를 만나면 장애가 아니지만,
    높은 턱이 있는 인도를 만나면 이동 자체가 ‘장애’가 된다.

  • 시각장애인이 음성지원이 있는 엘리베이터를 사용하면 자립이 가능하지만,
    표시 없는 버튼만 있다면 누군가의 도움이 반드시 필요하다.

즉, 장애는 개인의 결함이 아니라, 사회가 만든 제약이다.

이러한 관점은 최근 들어 더욱 강조되고 있는데,
이는 ‘사회적 모델(Social Model of Disability)’이라는 인식이다.

“장애란 신체의 문제가 아니라, 환경과 사회가 개인의 능력을 제약할 때 발생한다.”

이 말을 곱씹어보면,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장애인을 도와주는 것’이 아니라,
‘장애를 만드는 구조를 바꾸는 일’임을 알 수 있다.

3. 휠체어 없이도 공감하는 3가지 방법

장애에 대한 인식을 바꾸고 싶다면, ‘도움’보다 먼저 ‘공감’이 필요하다.
그리고 공감은 휠체어나 지팡이를 가져야 생기는 것이 아니라,
시선과 태도를 바꾸는 순간 시작된다.

① 장애인을 ‘특별한 존재’로 만들지 말자

“훌륭해요, 대단하세요”라는 말도 때로는 선 긋는 표현일 수 있다.
그들은 일상을 살아가고 있을 뿐이다.
‘다르다’고 구분하지 말고, ‘같다’는 시선으로 바라보는 것이 우선이다.

② 접근 가능한 공간인지 먼저 점검해보자

식당, 카페, 공연장, 사무실…
우리는 쉽게 드나들 수 있는 공간이지만, 휠체어나 유모차, 청각장애인에겐 전혀 다를 수 있다.
한 번쯤 “이곳에 턱은 없나?”, “음성안내는 잘 들릴까?”를 생각해보자.

③ 일상에서 ‘장애인’을 포함하는 연습을 하자

디자인, 글쓰기, 콘텐츠 제작, 서비스 제공 시
“모든 사람”을 고려하는 습관을 들이자.
글자 크기, 색상 대비, 자막 제공, 음성 콘텐츠 등은
모든 사람을 위한 디자인이기도 하다.

4. 우리는 모두 ‘잠재적 장애인’이다

사고, 질병, 노화, 출산 등 어떤 이유로든
우리는 언제든지 장애를 겪을 수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일생 동안 누구나 일시적 혹은 영구적인 장애를 경험할 확률은 매우 높다.
즉, 지금 건강한 당신도 언제든 ‘접근 불가능한 세상’에 직면할 수 있다.

이 사실은 우리에게 이런 메시지를 던진다.
“장애인을 위한 사회는, 결국 우리 모두를 위한 사회다.”

지금 우리가 준비하는 ‘무장애 환경’은
결국 나와 내 가족, 그리고 미래 세대가 살아갈
더 나은 사회의 밑그림이 될 수 있다.

글을 마치며

12월 3일 세계 장애인의 날은 단순한 기념일이 아니다.
이날은 우리 모두가
‘나는 얼마나 배제하지 않고 있는가?’를 돌아보는 날이다.

휠체어를 타지 않아도,
지팡이를 짚지 않아도,
우리는 타인의 불편함에 공감할 수 있다.

그 공감이 쌓일 때,
비로소 이 사회는 누구에게도 “너는 여기 올 수 없어”라고 말하지 않게 될 것이다.

2025년 12월 3일, 오늘부터는
‘그들과 함께’가 아니라 ‘우리 모두를 위한 변화’를 만들어가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