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날 진짜 의미 아시나요? – 세종대왕을 넘어선 이야기

10월 9일은 ‘한글날’이다.
우리에겐 익숙한 공휴일 중 하나지만, 단순히 “세종대왕이 훈민정음을 반포한 날”이라는 정보만으로 이 날을 기억한다면 조금 아쉬울지도 모른다.

사실 한글날은 단순한 역사 기념일이 아니라, 지금 우리가 누리고 있는 언어의 독립과 문화적 자존감의 상징이며, 세계에서 유일하게 ‘문자’를 기리는 국가기념일이다.
그리고 그 안에는 우리가 쉽게 놓치고 있던 수많은 이야기들이 담겨 있다.

지금부터, 세종대왕을 넘어서 한글날이 가진 진짜 의미와 시대를 넘어서는 가치를 차근차근 짚어보자.

1. 한글날은 언제, 왜 시작되었을까?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듯, 한글날은 세종 28년(1446년) 음력 9월에 훈민정음을 반포한 것을 기념하는 날이다.
하지만 한글날이 처음 지정된 건 비교적 최근인 1926년, 일제강점기 시절이다.

조선어학회(현 한글학회)가 중심이 되어 ‘가갸날’이라는 이름으로 처음 한글날을 기념했고, 이후 1945년 광복 이후 ‘한글날’로 공식 명칭이 변경되었다.
당시 일제의 언어 탄압 속에서도 민족의 언어를 지키려는 노력이 있었기에, 이 날은 단순히 문자를 기리는 날을 넘어서 민족 저항과 언어 독립의 의미를 함께 가진 날이 되었다.

👉 여기서 포인트!

  • 한글날은 단지 ‘창제’가 아니라 ‘보존’과 ‘저항’의 역사이기도 하다.

  • 단순히 세종대왕만이 아니라, 후대에 한글을 지키고 되살린 수많은 이름 없는 이들도 함께 기리는 날이다.

2. 한글은 왜 위대한가? – 세계 유일의 과학 문자

한글의 우수성은 이제 전 세계가 인정하는 사실이다.
하지만 “한글은 과학적이다”라는 말의 진짜 의미를 제대로 알고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 첫째, 발음기관을 본뜬 문자 구조

한글은 소리를 기준으로 문자를 만든 문자다.
자음은 사람의 발음 기관 모양(입, 혀, 목구멍 등)을 본떠 만들었고, 모음은 **천(•), 지(ㅡ), 인(ㅣ)**의 삼재 사상에서 출발하여 조합되었다.

즉, 한글은 그 자체로 소리의 형상화이며, 문자학적으로도 독립된 체계를 가진 몇 안 되는 문자의 하나다.

▷ 둘째, 조합형 문자로 글자 생성 가능성 무한

한글은 자모를 조합해 새로운 글자를 만들어내는 조합형 문자다.
알파벳이나 한자와는 달리, 유한한 자모를 가지고 무한한 단어를 생성할 수 있는 구조를 갖추고 있어 인공지능, 음성 인식, 기계 번역에서도 높은 효율을 보이고 있다.

3. 한글날은 단지 ‘세종대왕’만을 기리는 날이 아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한글날을 “세종대왕이 위대한 글자를 만든 날”로만 인식한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한글을 지켜낸 수많은 사람들, 특히 일제 강점기와 산업화 시대를 거치며 한글을 살리고, 퍼뜨리고, 연구해온 이들의 노력이 담겨 있다.

예를 들어,

  • 1933년, 조선어학회가 ‘한글 맞춤법 통일안’을 제정하면서 표준 문법이 만들어졌고

  • 해방 후에도 ‘한글전용법’이 제정되기까지 수많은 논쟁과 저항이 있었다.

  • 특히 박정희 정권 시기에는 한글날이 공휴일에서 제외되기도 했고, 2005년에 다시 다시 법정 공휴일로 부활했다.

즉, 한글날은 창제의 순간만 기리는 날이 아니라, 수난과 부활의 역사, 우리 언어의 존엄과 자유를 기억하는 날인 셈이다.

4. 한글날, 지금 우리는 무엇을 기억해야 할까?

2025년을 살아가는 우리는 과연 한글을 ‘쓰고 있다’고 할 수 있을까?
아니면, 단지 ‘소비’하고 있는 것일까?

한글날은 단순히 “한글 고맙습니다”로 끝낼 날이 아니다.
우리는 이 날을 맞아 다음과 같은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봐야 한다.

  • 우리는 지나치게 외래어에 의존하고 있지는 않은가?

  • 청소년 사이에 유행하는 신조어가 한글 표현을 망가뜨리고 있지는 않은가?

  • 자판 속 편리함에만 의존하고, 올바른 띄어쓰기와 맞춤법에는 관심이 없진 않은가?

지금 한글은 다시금 디지털 시대의 위기에 놓여 있다.
채팅용 언어, 짧은 자극성 표현, 억지 신조어 속에서 한글의 품격과 정확성이 무너지고 있는 것이다.

글을 마치며

한글날은 단지 과거를 기리는 날이 아니다.
이날은 오늘을 돌아보고, 내일의 언어를 지켜야 할 이유를 깨닫는 날이다.

세종대왕이 백성을 위해 글자를 만든 것처럼,
우리는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백성으로서, 그 글자를 바르게 쓰고 지키는 책임을 가진다.

10월 9일.
단 하루라도, 한글에 대해 조금 더 깊이 생각해보자.
그 생각이 쌓이면, 우리가 말하고 쓰는 모든 것이 조금 더 품격 있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