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19일이 무슨 날인지 아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많은 사람들에게는 그냥 스쳐 지나가는 평범한 날일지 모른다. 하지만 세계보건기구(WHO)와 유엔(UN)은 이 날을 ‘세계 화장실의 날(World Toilet Day)’로 지정했고,
매년 이 날을 통해 전 세계인의 관심을 끌어내고 있다.
그런데 왜 하필 ‘화장실’일까?
좀 우스운 주제처럼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실제로 세계 화장실의 날은 웃기기 위해 만들어진 날이 아니라, 우리가 웃으며 넘기면 안 되는 ‘생존과 존엄성’의 문제를 담은 날이다.

1. 세계 화장실의 날은 어떻게 만들어졌나?
세계 화장실의 날은 2001년, 싱가포르의 사회운동가 잭 심(Jack Sim)에 의해 처음 제안되었다.
그는 “화장실을 말하는 것이 부끄럽지 않은 세상을 만들자”고 선언했고, 이 운동은 국제적인 공감과 지지를 받게 된다.
2013년, 마침내 UN이 공식적으로 11월 19일을 ‘세계 화장실의 날’로 지정하며
화장실이 단순한 위생시설이 아니라 인권, 환경, 건강, 교육 문제와 직결된다는 점을 전 세계에 알리게 되었다.
UN의 발표에 따르면, 전 세계 인구의 약 40%가 위생적인 화장실에 접근하지 못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매년 수백만 명이 수인성 질병에 노출되고, 심지어 목숨을 잃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한다.
즉, 세계 화장실의 날은 “화장실은 선택이 아니라 기본권이다”라는 선언인 셈이다.
2. 왜 화장실이 중요한 문제인가?
우리는 매일 아무 생각 없이 화장실을 사용한다.
버튼 하나만 누르면 물이 내려가고, 손도 따뜻한 물로 씻을 수 있는 세상.
그러나 이건 지구 반 이상 인구가 누리지 못하는 특권이다.
예를 들어보자.
-
깨끗한 화장실이 없는 학교
→ 많은 어린이, 특히 여학생들이 위생 문제로 학교를 중도 포기함 -
야외 배변이 일상인 지역
→ 여성과 아이들이 성폭력 위험에 노출되기 쉬움 -
상하수도 시설이 없는 도시 빈민촌
→ 대장균 감염, 장티푸스, 콜레라 등 질병 확산
또한 화장실이 없다는 건 물리적인 공간만의 문제가 아니라 존엄성, 안전, 건강, 기회의 문제다.
화장실이 없으면 사람들은 자존감을 잃고, 질병에 쉽게 노출되며, 교육과 노동의 기회를 박탈당한다.
3. ‘위생의 사각지대’는 선진국도 예외가 아니다
“그건 개발도상국 이야기 아니야?”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놀랍게도, 선진국 내부에도 위생 사각지대는 존재한다.
예를 들어, 미국 일부 주에서는 노숙인들이 공공화장실에 접근할 수 없어 노상 배변을 하게 되는 사례가 있고,
도심 빈민가의 공중위생 관리 미비로 수인성 질환이 퍼지기도 한다.
한국에서도 노숙인, 쪽방촌 거주자, 장애인의 경우 공중화장실 접근에 어려움을 겪는 일이 있다.
장애인용 화장실은 숫자도 적고, 위생상태도 좋지 않으며, 성별과 연령에 따라 안전 위협을 느끼는 경우도 있다.
즉, 화장실 문제는 단지 인프라가 부족한 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다.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가 부족할 때, 그 누구도 자유롭지 않다.
4.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세계 화장실의 날은 단순히 ‘화장실을 소중히 여기자’는 날이 아니다.
이 날은 우리가 가진 인식의 벽을 깨고, 행동으로 옮겨야 할 시점임을 알려주는 경고등이다.
우리 개개인이 할 수 있는 작은 실천은 다음과 같다.
-
공공화장실 이용 시 깨끗하게 사용하기
→ 다음 사람을 위한 기본 예의, 관리자에 대한 존중 -
위생 취약계층에 대한 관심 가지기
→ 지역 쪽방촌, 노숙인 지원 기관 등에 위생용품 기부 -
SNS 해시태그 캠페인 참여
→ ‘#세계화장실의날’ ‘#화장실도권리입니다’ 등으로 온라인 인식 확산 -
학교/회사 화장실 개선 의견 내기
→ 남녀 불균형, 안전 문제, 접근성 문제 제안
글을 마치며
화장실은 누구에게나 있어야 할 공간이다.
그리고 그 공간은 단순히 신체를 위한 장소가 아니라, 인간으로서 존엄을 지키는 최소한의 방어선이다.
11월 19일.
하루쯤은 당신이 당연하게 여기는 화장실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보자.
그곳이 얼마나 중요한 공간인지, 누군가에게는 그것조차 없다는 사실을 떠올리는 날이 되었으면 한다.
세계 화장실의 날은 우리에게 묻고 있다.
“당신은 당신의 권리를 소중히 여기고 있습니까?”
그리고 “그 권리를 모두가 누릴 수 있도록 함께할 준비가 되었습니까?”